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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정말 적시적인 다큐멘터리가 노출됐다. <판데믹: 독감과의 전쟁(Pandemic: How to Prevent an Outbreak)>중국발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지금 제목만 봐도 호기심 어린 다큐멘터리다. 6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세계 도처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분투하는 의료 업계 종사자들의 치열한 현장을 담아낸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팬데믹: 독감과의 전쟁>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수 있는 각종 유행성 바이러스가 왜 끊임없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아니다. 그보다는 부제로 언급했듯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의료계 종사자의 사례를 찾는 데 가깝다. 치명적인 질병 자체에 대한 과학적 분석보다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다.<팬데믹: 독감과의 전쟁>은 정치사회적 이슈를 끌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미국, 콩고, 인도, 이집트 등으로부터의 각각의 사례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의 부재/불신과 시스템적 취약성을 나타낼 때에 빛을 발한다. 콩고에 간 의료진은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 에볼라의 발병 원인을 외부 유입에서 찾으려는 살벌한 불신에 직면해 돼지인플루엔자가 엄습하고 있는 인도 병원은 많은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골 병원의 폐업률이 증가하는 중국, 오클라호마 주의 작은 병원은 의사 혼자서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하며 국경의 이민 수용소는 트럼프 정부의 비협조 중국에서 독감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느낀다. 도처의 부족한 인프라는 결국, 바이러스를 예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을 말한다.한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한 액터트업 연구소는 모두를 위한 만능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영향력을 받지 않기 위해 자체 조달 자금으로 운영하고(이후 게이츠재단 지원) 과테말라를 오가며 실험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들의 노력이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영리보다 공공의 돈을 추구하는 신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의료계 종사자들의 헌신이 놀랍다. 하지만 모두가 백신을 반기지 않는다. 콩고 민병대가 의료진을 물리적으로 공격해 방해하면 미국은 일부 활동가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를 막는다. 시비의 문제를 떠나 바이러스의 방어선이 되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숙제를 던져본다.의사, 봉사자, 연구원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인지 다큐멘터리는 때때로 방향성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려는 대외적인 활동 속에서, 사적인 불만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객 전도의 양상을 보인다. 마치 <그레이 아나토미>나 <코드 블랙>과 같은 의학 드라마의 리얼리티 버전을 보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지만 '굳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불필요할 때가 있다. 팬데믹: 독감과의 전쟁은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진 의학 다큐멘터리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의 우한 폐렴 사태를 지켜보는 의문과 갈증을 해소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좀 더 멀리서 봤을 때 다큐멘터리로 다루는 시스템적 고민은 이제라도 시작해야 할 논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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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유명 감독, 또는 엔터테이너의 만남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 치중하지만 기네스 팰트로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 금요일 공개된 <귀네스 팰트로의 참살이 실험실(The Goop Lab)>은 엔터테이너 기네스 팰트로가 아니라 사업가 기네스 팰트로로, 그가 만든 라이프테렌토일 브랜드 '구프' 직원들과 다양한 웰니스 요법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기네스 팰트로가 비즈니스를 한다는 사실은 특히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다만 6개 에피소드로 소개하는 웰 네스 요법이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일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그에랄하에 비칠 소지가 다분히 있다.현재 2개만 감상한<기고 파르 토로의 웰빙 실험실>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오쇼, 라즈 닛슈를 연상시킨다(오 쇼·라즈 닛슈의 문제적 유토피아). 각 분야별 웰 네스 전문가들은 오쇼 라즈니쉬를 기네스 페루토우로과 구프의 직원들은 80년대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마을에 온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참살이 실험이 육체적 고통보다 불완전하고 억압된 내면에 집중돼 자아실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미지의 문화를 동경하는 서구 지성인들에게 현혹된 오쇼 라즈니쉬 같은 컬트 집단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편적 경험의 만족도가 커지는 괴리감이 더 이상의 시청을 당혹스럽게 하는 게 문제다.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는 웰 네스 요법을 1박 2일의 짧은 체험을 통해서, 물론 그동안 일반인들의 인터뷰도 나오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할 점이 너무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 에피소드 시작 전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명시해 의학적 전문성과는 거리를 두지만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허풍을 떠는 듯한 인상이 더 짙다.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라는 프로그램의 의도는 알지만, 그 시간 아직 보지 못한 <퀴어 아이>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